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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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내는 젖소가 아니다. 모유 수유와 육아가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but, 요 며칠의 일과를 보면, 사실상 젖소나 다름 없다. (생활의 focus가 거기 맞춰져 있다)
2~3시간 마다 일어나서 젖달라고 울어대는 녀석과 함께 있으니 별 수 있나?

하루 9번 정도 젖을 먹이는데, 그 중 2~3번은 분유를 먹인다. 그리고 분유는 대개 내가 먹인다.
그럼에도, 젖을 물리고 있는 아내를 보면, 또 그 젖을 빠는 아들을 보면, 피가 빨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마음을 편하게 먹는 일이다. 스스로를 젖소라고 괴로와하지 않도록 말이다.
포인트는 '괴롭지 않게'에 있다. 아내나 나나 '젖소'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고, 또 부정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젖소를 갖고 농담을 하면서, (말을 함으로써), 웃는다.
농담 따먹기로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잠시 안드로메다 근처 어딘가로 산책하는 기분을 갖게 된다.

"나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에, 이정도는 할 수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어머니가 이렇게 해 왔다."
"우리 신랑만큼 잘 챙겨 주는 사람도 없다."

이 말들은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거짓말이다. (만에하나 진실일지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얼마간은 이 틀을 부셔버릴 의지가 없다. 실은 부셔버리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묵묵히 버텨내자" 식이었으나, 지친 아내와 아이에게 그런 접근은 곤란하다.
이곳은 전쟁터이지만, 병영은 아니다. 요사이 '입대 하였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이제는 '제대'가 없다는 걸 안다. 동시에 그런 억압을 아내나 아이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다. 아무런 티가 나지 않게, 혼자 치르고 싶다.


결국 우리의 최선은, 서로를 보듬으면서, 이 길을 산책 하듯 지나가는 것이다.
서로 인정해주면서, 궁극적으로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챙겨 주면서 말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귀휴'다. 짧지만 확실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뭘 하건 상관하지 않는) 그것.


추신 1.
짧지만, 육아와 가족 그리고 밥벌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대화 (혹은 농담) 하는 동안,
아내의 얼굴은 어느 때 보다도 눈이 부셨다.

추신 2.
싱싱이 요놈. 요 귀여운 몬스터 같으니라구.
대체 무슨 꿈을 꾸길래, 울트라맨 자세를 취한 걸까?
어느 틈에 팔은 빼서 놀았을까?



...

by ssy | 2009/02/23 03:44 | 단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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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2/23 11: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sy at 2009/02/23 13:58
- 이제 '쪽잠' 자는 것에 익숙해졌어. (그거라도 감사하달까 ^^;;)
-- 3월 중순부터는 얼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삼칠일이라고, 21일(3주) 지나면 아가 데리고 어디로 나가기도 하고 그런다더군.
뭐 이래 저래 볼 일이 있지 않겠나 싶다. ㅎㅎ
Commented at 2009/02/23 18:1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sy at 2009/02/23 20:43
비슷한 연배 치고는, 빠른 편이라 더 그런듯. 둘 셋 이렇게 늘어가면, 느낌이 또 다르더이다.
Commented by 이상한 모자 at 2009/02/25 04:06
지금부터가 딱 힘들때지.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가 오는 때가 옴. 누가 뭐라고 해도 커가면서 점점 힘이 덜 드는 것은 확실하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길.
Commented by ssy at 2009/02/25 13:40
넵. 말은 저렇게 했지만, 쉽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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