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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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생한 스탭들, 촬영을 허락해준 양귀문 명인을 생각하면, 차마 못할 말이지만, 실패다.
결국 내가 잘못 만들었다. 여기서 나의 삽질을 모두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좀스럽고 쪽팔리는 건 차치하고, 일단 그 수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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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영화와 방송의 '시차적응 실패'가 가장 컸다.
해서, 컨셉이 불분명 했고, 톤이 튀게 나왔다.
현장에서 계산이 부족했던 것은, 교통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밀어 붙이기만 했기 때문이다.
(연출자로서 각이 나오고 아니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하야 후반 작업은.. 지옥 그 자체였다.
토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작업은 화요일 오후까지 쉴틈없이 진행되었다.
대략 65시간 정도를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계속 몰아 붙였는데.. 어느 순간 눈이 완전히 풀려 있더라.
(일부는 결국 빠그라졌고, 다음주로 미뤄졌다 -이렇게 접은 것이, 유일하게 제대로 한 판단이었다-)

'편집 툴'이 안 익숙한 탓도 있지만 (그건 핑계고), 엉성하게 찍어 놓은 것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게다가 반응숏과 커버리지를 적게 찍은 탓에, 반전의 여지가 적었다.
당구가 정적이더라도, 역동적인 승부로 표현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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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화면의 '룰'이란 것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지 몰랐다
편집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멘트가 '직관적인 화면 구성'이었다.
- 누구도 오해 하지 않도록.. (쉽게 쉽게)
- (사소하지만) 인물이 대사를 할 적에는, 반드시 그 인물을 잡아 주라는 것 (-.-;)
- 예쁜(?) 숏 보다, 설명하는 숏이 우선한다는 것.
- 2~3분에 한번씩 주목할 만한 씬을 넣는 것. (채널을 지키는 것 뿐 아니라, 채널을 돌리다가도 멈출 수 있게)
-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들은 빠짐없이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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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누구나 그렇다'는 선배PD들과 작가님들의 위로는 고맙지만, 씁쓸한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괜찮은 아이템이었는데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입이 쓰다. 허나 바로 털고, 다음 회를 진행해야 한다.
머뭇거리다 다음 프로를 놓치면 그게 더 큰 잘못이다. (선배 曰, '이 바닥에선 잘 까먹는 것도 재주야')

지금 실패한 것이 되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첫방이니까..
행여, [브레드리스]를 찍을 때, 이랬다면.. 어휴~ 생각할수록 식은땀 난다.
데뷔작부터 잘 만드는 감독들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운'이 필요한 지 새삼 느꼈다.
또 '연출자'로서의 태도(+준비)와 루틴에 대해 복기하게 된다.
방송이었지만, 몇해만에 연출 해보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남의 돈으로 전파 낭비했다 생각하면 x같지만)
안그랬다면, 분명히 [브레드리스]에서도, 놓치고 가는 지점이 생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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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이템으로 잡혀 있던, [이외수]는 8月로 밀렸다.
대신 내일은 [신바람 이박사]를 만나러 간다. 조아조아~ 우리리리히~!! 몽키 매직~
윗 분들은 '다마'가 약하다고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나는 왠지 이게 더 땡긴다.
(회사에서 내게 권한 아이템은 [배삼룡과 70년대 코미디언]이었다. 물론 이것도 재미있겠지..)
but 내 취향과 상황에는 이박사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좀더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회심의 역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번에 까먹은 건 복구해야지.



추신1
내일 뵙기로 한, [신바람 이박사]님..
기분이 졸라 알록달록 했는데, 이분의 음악을 듣다보니, 좀 살만해졌다.


추신 2
'세상에는 영화 말고도 재미있는게 많단다'라는 선배PD의 말에는 뼈가 담겨 있다.
대꾸하지 않겠다. 일단 아무소리 않겠다. 또 '작품'이란 단어도 쓰지 않겠다. 그저 만들겠다.



...

by ssy | 2009/06/26 02:20 | 단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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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구미 at 2009/06/28 16:39
뭐... 힘내쇼... 어쨌든 결과가 말하는 것.
Commented by ssy at 2009/06/29 02:17
죽은 자식 **만지듯, 끝까지 만지고 돌아오는 길이다.
재편집은 여기까지. 이제 나레이션과 음악으로 최대한 끌어올려야지..
뒤늦게 편집본을 본 촬영감독님은 괜찮다더라. 덕분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더군..
결국 다음 이박사로 만회하는 것 뿐이겠지..
Commented by ssy at 2009/06/30 02:16
자해의 코멘트는 여기까지 할란다. (난데없는) 충고는, 멤버들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Commented by Jocelyn at 2009/06/30 17:29
잘 생각했다. 나도 기사 쓰고 취재 따면서 느낀 건데, 자해하면 안되더라.
내가 만든 건 끝까지 내 자식인데 부모가 지 입으로 '내가 잘못 키웠다'고 떠들고 다니는 꼴이 되더라. 뭐가 어찌 되었든 내가 애시당초 대충 한 게 아닌데 적어도 떳떳해야지.
괜히 내가 주눅들어서 내 결과물 갖따가 '요까짓 것' 운운 했더니 별 조또 아닌 것들까지 나서서 캐무시를 하거든. 나불댈 시간에 너나 잘 하라고 하기엔 이미 늦었고 참 열 받더라고.
Commented by ssy at 2009/06/30 21:45
오늘 국장님이 직접 시사를 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아마 음악을 넣어서 그렇게 아닐까 싶다.

이전까지 '톤'에 대한 부분에서 많이 까였었는데, 그것도 교통정리 해주더라.
셋 중 하나쯤은 무거운 톤으로 가는 게 좋겠단다. 덕분에 사람들 분위기가 상당히 나이스해졌다.
'Boss is Right~!!'라지만.. 불편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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